초상화

현대 초상화 계보의 3분 구조

천년의 걸물 2026. 4. 10. 13:37

             이종상 작. <장보고 상> (정부표준영정) 1979년작. 비단 바탕에 채색.. 119 x 9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월전일랑무석으로 이어지는 초상 인식의 삼분(三分) 구조

 

1) 인식론적 계보의 전환

근현대 한국 초상화의 전개는 단순한 화풍이나 기법의 변모가 아니라, ‘한국 초상화의 기풍과 그 맥의 계보는 무엇으로 인식하는가라는 인식론적 전환점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당 김은호.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일랑 이종상으로 이어지는 계보는 직선적 계승을 넘어, 각기 다른 초상 인식의 단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2) 일랑: 역사적 기억의 정립

특히 일랑은 선대 작가들의 인식을 종합하여 초상을 개인적 표현이나 조형 실험의 차원에서 탈피시켰다. 그는 초상을 역사적·공적 기억이 응축되는 하나의 구조적 형식으로 재정립함으로써 근현대 초상 인식의 완결을 이루었다. 따라서 일랑은 근현대 한국 초상화가 도달한 구조적 정점이자, 이후 세대에게 전통 계승의 문제를 넘어 이미 제도화된 초상 언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는 인물이 되었다.

 

4) 무석: 전환의 이행

이러한 문제의식은 다음 세대인 일랑의 제자 무석 손연칠로 이어지며 또 다른 전환 국면을 예고한다. 무석의 초상화는 일랑의 양식을 확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일랑에 의해 완결된 언어로는 더 이상 초상을 그려낼 수 없게 된 시대적 상황에 대한 필연적 응답이다. 이 지점에서 일랑은 근현대 초상화의 종착점인 동시에 무석의 새로운 실험을 가능케 한 디딤돌로 기능한다. 두 작가는 단순한 사승(師承) 관계라기보다, 하나의 완결 그 이후를 잇는 역사적 접점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